자그마한 잉태가 세상을 열게 했다.
그리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 세상을 알게 됐다.
옅고 짙은 구름 속에 갇힌 세상도 보았고 밝은 빛으로 환하게 열어 놓은 세상도 보았다.
이제
민들레 홀씨되어 자연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파아란 가을하늘에 곱게 빚어 올린 하이얀 구름떼
마알갛게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반들거리는 빠알간 꽃잎새의 윤기를 들어올린 여인들의 꽃마중
이렇게
꽃과 여인이 있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화폭을 키운다.
하루가 열리는 이른 아침 뽀얀 안개가 산야를 뒤 덮었다.
꽃무릇이 가득 채워진 불갑사 입구에 진사들의 발길이 하나 둘 늘어간다.
햇살은 나뭇잎을 뚫고 안개를 뚫어 빗살을 만들고
햇살이 내려 앉은 꽃길 사이로 노익장을 과시한 두 진사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불갑사 꽃무릇 밭에 발을 내 딛는다.
자욱한 안개 속에 갇힌 빠알간 꽃잎은 물방울이 초롱초롱 맺혔다.
드디어, 햇살이 불갑사의 드넓은 꽃무릇밭에 내려 앉는다.
우거진 나뭇잎을 뚫고 햇살이 바닥에 깔린 꽃무릇을 더욱 붉게 물들여 햇살의 눈부심을 느껴본다.
나뭇잎을 뚫고 내려오는 햇살은 공기를 가르며 뽀얀 선을 그을 때 열정의 여진사는 그 모습을 담기에 분주하기만 하다.
나는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자비의 세계에 일찍 들어 선 동자승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던 어린 시절이 어슴프레 기억이 난다지만 아스레한 모습은 실상을 흐려지게 한다.
그러나
역시 철없는 어린시절의 개구쟁이 모습은 동자승이나 일반사회 아이들이나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철없이 그져 호탕한 마음으로 세상을 마음대로 굴려보는 것은 어린 시절에사 할 수 있는 순박한 모습 그대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