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멈출수 없는 시간에서
오늘도 여지없이 아침은 오고
저녁이 되면 어둠이 내리게 된다.
햇살은 이슬을 녹이고
촉촉히 스며들어
삶을 가득히 채워주고
생을 마감하며 이루어지듯
붉은빛 잔뜩 토해내어 가슴을 가꾼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더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물때가 깊숙히 박혀 들던 날
소슬바람에 수다스러웠던 갈대의 속삭임
잿빛으로 드리웠던 하늘엔
쪽빛 바다 향한 청둥오리의 행렬
가을걷이 끝난 황량한 들판끝녘에
바다를 가른 검게 그을린 덩치 큰 창고 하나
굽이굽이 돌아 바다로 가는 길
물살을 가르며 빗진 그림을 토하는 유람선 한척
굽이굽이 돌아 용산전망대 가는 길
경사로에 헐떡이는 가쁜 숨이 멈춰들 때
탁 트인 시야가 펼치고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
하늘은 벗기고
그 틈새를 차지한 붉은 태양의 장엄함
띄엄띄엄 구름속을 파고든 현란한 색깔
이제
산을 넘어 골짜기로 파고들면 어둠은 슬슬 내려든다.
<사진위를 클릭하시면 더 큰 화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장엄한 태양의 붉은 기둥이 소백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
곱게 잉태되었던 아침이슬이 반짝이고
포근하게 감싸안은 아침안개가 등성이를 휘감아
찬란함으로 가득찬 새빛의 싱그러움을 품어 안았다.
대지는 눈부시게 빛나는 따사로움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붉은 빛을 더해가는 산야는 고운 색깔로 가을을 익힌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더 큰 화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광활한 바다가 펼쳐진 것인가?
국사봉에 오르니 밑으로 뽀오얀 구름이 대지를 가려 망망한 대해를 연상하리만큼 가슴이 탁 트인다.
몽실몽실 구름이 봉우리를 만들고
하늘향해 흩뿌려지는 스프링쿨러 같은 구름의 파쇄가 거침없이 이루어진다.
봉우리를 휘감고 산허리를 감돌아 낮은 분지를 점령한다.
산과 산사이를 휘집고 숲과 숲을 삐집고 들어 산야는 구름 세상을 만들고
그 사이에 뾰족히 내민 봉우리마다 아침 햇살이 조용히 내려 앉는다.
까아만 밤이 열린다.
동녘의 하늘에 희꾸므레한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미 옥정호의 물결을 뒤 덮은 뽀안 안개의 빛이 조금씩 조금씩 빛을 찾아간다.
국사봉에서 내려다 본 겹겹이 둘러 선 까아만 산들의 등성이 선들을 여기 저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젠 붉은 빛이 하늘색을 차지한다.
여기 저기에 차지한 구름꽃들이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햇살을 받아서인지 마알간 빛을 그려 낸다.
그리고
눈이 부시도록 빠알간 불기둥을 뾰족뾰족 움이 트듯이 올려 보낸다.
갑자기
세상은 빨간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고요함이 깃들어진 새벽공기를 뚫고 검은빛으로 가득찬 구봉산 기슭에 다가선다.
손전등 움켜쥐고 배낭을 질끈 메고 뚜벅뚜벅 한발자국 두발자국 옮길 때마다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공포가 엄습한다.
그러나
역시 새벽공기는 상큼하다.
찬바람이 일기는 하지만 말끔하게 정돈된 창공의 넋을 제일 먼저 움켜 쥐는거다.
돌멩이 뒹구는 자갈밭을 지나 깔끔히 가꿔진 철계단을 한칸 한칸 뒤로하다보니 어느새 머리 위 나무사이로 하얗게 날틔우는 뽀얀빛이 보인다.
이제 더욱 힘을 내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자에 올라 길게 한숨 내 뱉고 삼면이 탁 트인 구봉산 제1포인트에서 하루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