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감아 도는 길따라 마음을 갈고
동화 속의 아름다운 궁전을 꿈꾸며
탁트인 세상에 다달았을 때
검푸른 바다 한 가운데
하얀등대와 붉은 지붕을 씌운 드림성당이 있었다.
쪽빛바다 바위마다 하얀 거품이 일고
바닷물결에 초롱초롱 별빛을 연다.
낚시대 휘젖는 줄끝엔 은빛이 번쩍이고
마을어귀엔 미역을 다듬어 건사대에 쭉쭉펴는
아낙들의 손놀림이 바쁘게 돌아간다.
뽀얀 젖빛으로 가득 채워진 봉우리
숨을 막는듯한 구름은 회오리 치듯이 지나고
쨍한 빛으로 채워두니 하얀 세상이 되었다.
나무 한그루 말려진 풀한포기
하이얀 물감으로 둥기둥기 덮어쓰고
포근한 설원으로 한밭을 일구었다.
하얗게 쌓여진 눈두덕 너머에
죽어천년 두 그루 가로막 난간 이루어
세찬 눈보라 속 고고함을 간직한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진 덕유의 설원에
가느다란 눈디딤 딛고
뒤뚱뒤뚱 몸둥아릴 가누며 이리구불 저리구불 돌아설 새
눈 앞을 가린
살아천년 죽어천년 고귀한 멋
덩치 큰 몸둥아린 눈밭에서 솟아나
소백의 먼 줄기를 끌어 안았고
기이한 꽃사슴 가지는 허공에 걸쳐들어
소백의 먼 하늘을 품어 안았다.